의견수렴 및 조정 요청 내용
국교위는 먼 미래의 시험만큼이나 지금의 현실도 함께 바라봐 주십니오.
현실이 빠진 신념은 교육개혁이 아닙니다. 학생과 학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정책 실험일 뿐입니다.
시험부터 바꾸고 부족한 조건은 학교에 감당시키는 정책을 더는 반복하지 말아 주십시오.
1. 고교학점제의 혼란부터 바로잡아 주십시오.
선택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학기 단위로 쪼개진 과목을 학년제 중심으로 재편해 수업의 연속성과 학급공동체를 회복해야 합니다.
불필요하게 세분된 과목도 정비해 학생과 교사가 기초·기본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2. 서·논술형 평가가 가능한 학교부터 만들어 주십시오.
교원을 확충하고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합니다.
충분한 출제·채점시간과 공동·복수 채점, 이의신청·재심 절차를 보장하고, 평가 민원과 분쟁은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기관이 책임지도록 해주십시오.
3. 시험부터 정하지 말고 현장 교사와 검증해 주십시오.
서·논술형 평가를 실제로 출제하고 채점하는 교사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충분한 시범 운영을 통해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도입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 주십시오.
4. AI 채점을 만능 해법으로 앞세우지 마십시오.
AI 채점은 정확성·설명 가능성·창의적 답안 평가·이의신청과 책임 주체를 공개적으로 검증한 뒤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합니다.
최종 판단은 교사가 하되, 시스템의 오류까지 교사 개인에게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5. 평가만 바꾸지 말고 입시 경쟁의 구조를 바꿔 주십시오.
수능과 내신에서 줄어든 변별이 학생부와 대학별 고사 등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대입제도 전체의 대책을 함께 마련해 주십시오.
필요성이 곧 가능성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시험부터 바꾸고 부족한 조건은 학교에 감당시키는 정책을 더는 반복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안 배경
대입 경쟁과 대학 서열은 그대로 둔 채, 시험을 바꿔 학교교육을 바꾸려 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는 이미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로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학생의 선택권을 늘린다면서 교사 수는 그대로입니다. 교사는 여러 과목과 수백 명의 학생을 담당하며 수업·평가·학생부·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행정업무까지 떠안고 있습니다. 학생에게 과목을 선택하라면서 선택과목 안에서 다시 줄을 세우는 모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시행한 중등교사노조 설문에서 98.2%가 현재 방식의 고교학점제 폐지 및 전면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내신 5등급제 시행 이후 입시 경쟁과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도 76.1%에 달했습니다.
이것이 8년을 준비해 시행한 정책의 현실입니다.
서·논술형 평가도 학교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분점수와 인정답안, 채점 편차를 둘러싼 이의제기와 민원이 반복되고, 교사는 자신의 전문적 판단을 혼자 설명하고 방어해야 합니다. 결국 창의적인 답안을 평가하기보다 ‘시비가 걸리지 않는 정답’을 요구하게 됩니다.
서술형의 옷을 입은 객관식만 늘리는 것은 평가개혁이 아닙니다.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려면 교사의 전문적 평가권부터 보장해야 합니다.
교원을 확충하고 담당 학생 수를 줄이는 한편, 충분한 출제·채점시간과 공동·복수 채점, 이의신청과 재심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평가 민원과 분쟁도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와 교육기관이 책임져야 합니다. AI 채점 역시 충분한 시범 운영과 공개 검증 없이 만능 해법처럼 앞세워서는 안 됩니다.
좋은 취지는 정책을 정당화했지만, 부족한 조건과 부작용은 학생과 교사의 몫이 됐습니다.
학생을 또다시 정책 실험의 대상으로, 교사를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인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국교위는 거대한 미래의 시험을 말하기 전에,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만든 오늘의 혼란부터 해결하십시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사에게 먼저 물어보고 가능한 현실부터 만들어 주십시오.